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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로그 · 미니앱 출시기 ④ · 2026.06.13

기능을 더할수록 앱이 작아지는 이유

#미니앱#기능 축소#MVP#사이드프로젝트#제품 설계

처음엔 딱 하나였어요. 편의점 1+1 행사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만들던 건 알림 설정, 즐겨찾기, 지출 통계, 심지어 유통기한 메모까지 달린 물건이 돼 있었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더하기는 기분이 좋다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묘하게 뿌듯해요. “이것도 되네?” 하는 느낌. 코드가 쌓이는 게 진척처럼 느껴지거든요. 즐겨찾기 기능을 붙이면서 이거 있으면 확실히 더 편하지 라고 생각했고, 알림을 붙이면서 재방문율이 올라가겠지 라고 합리화했어요.

문제는 그 판단을 전부 혼자 했다는 거예요. 실제로 쓸 사람한테 물어본 게 아니라, 제 머릿속의 가상 유저가 원한다고 결론 내렸어요.

기능 추가를 결정한 사람과 그 기능이 필요한 사람이 같으면, 검증이 아니라 독백이다.

무거워진 건 앱만이 아니었어요

코드베이스가 커지니까 고치기가 무서워졌어요. 즐겨찾기 로직을 건드리면 알림이 깨질 것 같고, 알림을 손보면 통계 집계가 틀어질 것 같은 느낌. 실제로 그런 일이 두 번 났어요.

더 큰 문제는 제가 배포를 미루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통계 기능까지 완성하고 내보내야지”가 “유통기한 메모도 붙이고 나서”로 바뀌었어요. 출시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미니앱에 완성이란 없잖아요.

기능을 더할수록, 출시일이 뒤로 밀려요 시간 → 계획 출시 +즐겨찾기 +알림 +통계 +유통기한 출시 ???
기능 하나 추가할 때마다, ‘진짜 출시일’은 조용히 오른쪽으로 도망가요.

완성 후 출시가 아니라, 출시 후 완성이어야 하는데 — 기능이 많아질수록 그 순서가 뒤집힌다.

빼는 건 생각보다 훨씬 아팠어요

결국 정리를 했어요. 통계 탭 제거, 유통기한 메모 제거, 알림은 단순 온/오프 하나만 남겼어요. 줄 때 아깝더라고요. 이틀 걸려 만든 코드를 지우는 건 커밋 로그를 지우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런데 지우고 나니까 오히려 뭘 고쳐야 하는지가 보였어요. 핵심인 ‘행사 정보 노출’이 사실 제일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화려한 부속 기능들이 그걸 가리고 있었던 거예요.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나서야 진짜 구멍이 보였다.

지금은 새 기능 아이디어를 어떻게 처리하냐면

메모장에 ‘언젠가 목록’으로 밀어넣고 일단 덮어요. 한 달 후에 다시 봤을 때도 여전히 필요하다 싶으면 그때 고민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놀랍게도 대부분은 한 달 뒤에 읽어봤을 때 “이게 왜 필요했지?” 싶더라고요.

더하기는 즉각적인 만족이고 빼기는 지연된 확신이에요. 그 간극을 버티는 게 미니앱을 미니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한 줄로 정리하면

기능은 더할 때 진척처럼 느껴지지만, 빼고 나서야 진짜 문제가 드러난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간신히 덜어낸 앱을 실제로 처음 배포하던 날 — 아무도 안 오던 그 첫날 이야기를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