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을 더할수록 앱이 작아지는 이유
처음엔 딱 하나였어요. 편의점 1+1 행사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만들던 건 알림 설정, 즐겨찾기, 지출 통계, 심지어 유통기한 메모까지 달린 물건이 돼 있었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더하기는 기분이 좋다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묘하게 뿌듯해요. “이것도 되네?” 하는 느낌. 코드가 쌓이는 게 진척처럼 느껴지거든요. 즐겨찾기 기능을 붙이면서 이거 있으면 확실히 더 편하지 라고 생각했고, 알림을 붙이면서 재방문율이 올라가겠지 라고 합리화했어요.
문제는 그 판단을 전부 혼자 했다는 거예요. 실제로 쓸 사람한테 물어본 게 아니라, 제 머릿속의 가상 유저가 원한다고 결론 내렸어요.
기능 추가를 결정한 사람과 그 기능이 필요한 사람이 같으면, 검증이 아니라 독백이다.
무거워진 건 앱만이 아니었어요
코드베이스가 커지니까 고치기가 무서워졌어요. 즐겨찾기 로직을 건드리면 알림이 깨질 것 같고, 알림을 손보면 통계 집계가 틀어질 것 같은 느낌. 실제로 그런 일이 두 번 났어요.
더 큰 문제는 제가 배포를 미루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통계 기능까지 완성하고 내보내야지”가 “유통기한 메모도 붙이고 나서”로 바뀌었어요. 출시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미니앱에 완성이란 없잖아요.
완성 후 출시가 아니라, 출시 후 완성이어야 하는데 — 기능이 많아질수록 그 순서가 뒤집힌다.
빼는 건 생각보다 훨씬 아팠어요
결국 정리를 했어요. 통계 탭 제거, 유통기한 메모 제거, 알림은 단순 온/오프 하나만 남겼어요. 줄 때 아깝더라고요. 이틀 걸려 만든 코드를 지우는 건 커밋 로그를 지우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런데 지우고 나니까 오히려 뭘 고쳐야 하는지가 보였어요. 핵심인 ‘행사 정보 노출’이 사실 제일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화려한 부속 기능들이 그걸 가리고 있었던 거예요.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나서야 진짜 구멍이 보였다.
지금은 새 기능 아이디어를 어떻게 처리하냐면
메모장에 ‘언젠가 목록’으로 밀어넣고 일단 덮어요. 한 달 후에 다시 봤을 때도 여전히 필요하다 싶으면 그때 고민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놀랍게도 대부분은 한 달 뒤에 읽어봤을 때 “이게 왜 필요했지?” 싶더라고요.
더하기는 즉각적인 만족이고 빼기는 지연된 확신이에요. 그 간극을 버티는 게 미니앱을 미니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기능은 더할 때 진척처럼 느껴지지만, 빼고 나서야 진짜 문제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