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앱은 5분이면 만드는데, 출시는 왜 안 될까
“AI한테 시켰더니 앱이 5분 만에 나왔어요.” 요즘 이런 영상, 한 번쯤 보셨죠? 저도 봤어요. 그리고 솔직히 좀 조급해지더라고요. 다들 뚝딱뚝딱 만드는데 나만 멈춰 있는 기분이라.
그래서 저도 직접 만들어봤어요. 미니앱 몇 개를 만들어서 출시까지 가봤거든요. 그러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만드는 건 진짜 5분이면 돼요.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앱 하나를 같이 만들어보면 바로 느껴지실 거예요.
일단 만들어봤어요. 하룻저녁 만에 나오더라고요
가볍게 “이번 주 편의점 1+1 · 2+1 행사를 한 화면에 모아주는 앱”을 떠올려볼게요. 편의점 들어가기 전에 뭐가 행사 중인지 미리 알면 좋겠다, 다들 한 번쯤 생각해보셨잖아요. 단순하고 명확해서 미니앱으로 딱이에요.
AI한테 시켰어요. 화면 잡고, 카테고리 필터(과자·음료·도시락) 붙이고, 검색창 넣고. 정말 하룻저녁에 굴러가는 앱이 나오더라고요. 화면 넘기면 행사 상품이 쭉 뜨고, 보기에도 그럴듯했어요.
딱 여기까지는, 그 영상들이 맞았어요. 근데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부터예요.
근데, 화면 채울 ‘진짜 데이터’가 없었어요
화면은 멀쩡한데, 거기 들어갈 실제 행사 정보가 없는 거예요. 편의점들이 행사 목록을 친절하게 API로 주는 것도 아니고요. 각 브랜드 앱이랑 매장에 흩어져 있고, 형식도 제각각이더라고요.
그래서 남는 방법이 뭐였냐면, 매주 제가 직접 행사를 모아서 정리해서 올리는 거였어요. 만들 땐 “데이터야 나중에 채우지” 했는데, 막상 출시하려니까 이게 매주 돌아오는 숙제가 되는 거죠. 행사는 주 단위로 갈리니까, 한 주만 놓쳐도 앱이 옛날 정보를 띄우고 있고요.
코드보다 먼저 “이거 매주 누가 채우지?”를 물었어야 했어요.
한 주만 놓쳐도, 앱이 거짓말을 해요
한 주 바빠서 갱신을 못 했다고 쳐볼게요. 누군가 앱을 보고 “오, 이거 1+1이네” 하고 편의점에 갔는데, 그 행사는 지난주에 끝났어요. 그 사람은… 다시는 이 앱을 안 열어요. 저라도 그럴 것 같고요.
가격이나 행사, 날짜처럼 ‘정확함’이 핵심인 앱은 한 번 틀리는 순간 신뢰가 훅 가요. 화면은 멀쩡한데 믿을 수가 없는 상태인 거죠. 더 무서운 건, AI로 ‘예시 데이터’를 채워두면 화면이 너무 그럴듯해서 이 문제를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는 거예요.
화면 100개보다, 안 틀리는 데이터 1개가 앱을 살리더라고요.
사용자 더 잡고 싶어서 로그인 넣었다가…
한 번 보고 마는 앱은 좀 아쉽잖아요. 그래서 욕심이 나요. ‘즐겨찾는 상품 저장’, ‘관심 카테고리 알림’, ‘자주 보면 포인트’ 같은 거요. AI한테 시키면 이런 것도 금방 붙고요.
근데 이때부터 게임이 바뀌어요. 즐겨찾기를 저장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하고, 로그인은 곧 개인정보거든요. 처리방침이며 동의 흐름이며 한꺼번에 따라붙어요. 포인트 같은 보상을 넣으면 또 그 나름의 검토가 붙고요. 코드는 한나절이면 되는데, 통과는 한나절로 안 되는 거예요. (참고로 “무조건”, “100%”, “최저가” 같이 AI가 매끄럽게 써주는 카피도 은근 자주 걸려요.)
기능 하나가 출시를 몇 주씩 미룰 수 있다는 걸, 다 만들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리고 자꾸 ‘만드는 김에’가 붙어요
AI로 만들면 너무 쉬우니까, 계속 더 넣고 싶어져요. 가까운 편의점 지도, 가격 추이 그래프, 위시리스트, 푸시 알림… 만드는 입장에선 재밌거든요.
근데 정작 사람들이 원했던 건 딱 하나였어요. “이번 주 뭐가 1+1이야?” 화려한 기능은 별 감흥이 없고, 복잡해진 구조는 나중에 고스란히 유지보수 부담으로 돌아와요. 매주 데이터 올리기도 벅찬데 말이죠.
결국 출시되는 건 제일 정교한 버전이 아니라, 제일 단순한 버전이더라고요.
결국 AI가 해준 건, 딱 1단계였어요
편의점 앱으로 정리하면 이래요. 화면 만든 건 하룻저녁이었는데 — 데이터를 매주 책임지고, 안 틀리게 신뢰를 지키고, 로그인·보상의 정책을 통과하고, 욕심을 덜어내는 일. 이게 전부 그 하룻저녁 ‘다음’에 있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많은 사람이 (저 포함) 딱 거기서 멈춰요.
앱은 빙산 같더라고요. 물 밖에 보이는 건 일부일 뿐이에요.
“AI로 5분 만에 앱 만들기”는 거짓말이 아니에요. 다만 그 5분은 빙산의 꼭대기더라고요. 출시랑 생존을 결정하는 건 물밑에 있고, 그건 AI가 대신 해주지 않아요. 데이터를 책임지고, 신뢰를 지키고, 정책을 읽고, 덜어내는 일 — 그게 사실 진짜 ‘만드는’ 일이었어요.
만드는 건 이제 누구나 빨라졌어요. 차이는 그 ‘다음’에서 납니다.
그래서 다음에 “5분 만에 앱 만들기” 영상이 또 지나가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요. 빠른 건 다 빨라졌으니까, 이제부터 재밌어지는 거죠.